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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어느 날, 로랑이가 영어 그림책을 가리키며 “엄마, 이거 뭐야?”라고 물었어요.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건 ‘이제 한글도 시작해야 하는데, 영어랑 동시에 하면 괜찮을까?’였거든요. 주변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견이 갈려요. 한글 먼저 떼고 영어 시작하는 집, 영어 먼저 노출하고 한글은 천천히 가는 집. 우리는 결국 둘 다 자연스럽게 노출해 보기로 했어요.
5살 로랑이와 함께한 6개월 실험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처음엔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예상과 다른 점들이 있었거든요.
로랑이가 먼저 골랐어요 — 한글 자석 블록
2025년 12월 초, 거실 책장을 정리하다가 한글 자석 블록을 꺼내 놨어요. 로랑이가 처음엔 그냥 탑 쌓기 놀이를 했는데, 며칠 뒤부터 “ㄱ, ㄴ, ㄷ”을 따라 읽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따로 가르치진 않았답니다. 그냥 냉장고에 붙여놓고 지나가면서 한 번씩 “이건 기역이야” 정도만 얘기했거든요.
같은 시기에 영어 파닉스 송도 틀어줬어요. 유튜브 짧은 영상 하나를 주말 아침마다 보여줬는데, 로랑이는 한글 블록에 더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사실 저는 영어 먼저 할 줄 알았거든요.) 아이가 고른 게 한글이었어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모국어에 먼저 익숙해진 다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해요. 모국어에 빨리 익숙해질수록 그 문법구조에 따른 논리력이나 수리 능력도 함께 개발되기 때문이래요. 그 말을 보고 나서 한글 블록을 더 자주 꺼내줬어요.
영어 그림책은 듣기 중심으로
한글 블록을 매일 만지던 1월 중순, 저는 영어 그림책 3권을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The Very Hungry Caterpillar”, “Goodnight Moon” — 엄마들 사이에서 워낙 유명한 책이잖아요. 책이 도착한 날, 로랑이랑 침대에 누워서 한 권씩 읽어줬어요.
로랑이 반응은 “엄마, 이상해”였어요. 영어 소리가 낯선 거예요. 그래서 방법을 바꿨어요. 한글로 먼저 스토리를 설명해주고, 그다음에 영어로 읽어줬어요. 그러니까 “아, 곰이 뭘 보냐고 물어보는 거구나” 이해하고 나서 영어 소리를 들으니까 거부감이 줄더라고요.
한 언어에 대한 지식은 다른 언어에 대한 이해의 기초가 되며, 유아는 모국어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여 제2언어에 대하여 배운다는 연구도 있어요. 실제로 로랑이가 한글로 개념을 잡고 나니까 영어 소리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진 것 같았어요.

2월 중순, 로랑이가 한 말
한글 블록 3개월, 영어 그림책 1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어요. 로랑이가 냉장고 앞에서 “엄마, ‘가방’ 만들어”라고 했어요. 자석 블록으로 ㄱ, ㅏ, ㅂ, ㅏ, ㅇ을 찾아서 붙이더라고요. 완벽하진 않았지만, 소리를 듣고 글자를 찾아낸 거예요.
같은 날 저녁, 영어 그림책을 보다가 “Bear”를 가리키며 “엄마, 이거 곰이지?”라고 물었어요. 그리고 “Bear, Bear” 하면서 발음을 따라 했어요. 그 순간 느낀 건 ‘둘 다 동시에 해도 헷갈리지 않네’ 였어요.
아기는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배울 수 있으며, 두 가지 언어를 수용할 수 있는 세계 공통적인 언어구조가 있기 때문에 모국어나 영어를 모두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언어학자들의 해석도 있어요. 로랑이를 보니까 정말 그런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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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글 먼저 자리 잡았을 때
3월 들어서 로랑이는 한글 단어 10개 정도를 읽을 수 있게 됐어요. “엄마”, “아빠”, “물”, “밥”, “가방”, “신발” 같은 일상 단어요. 동시에 영어는 “Apple”, “Cat”, “Dog”, “Bear” 정도를 발음할 수 있었고요. 쓰기는 아직 안 시켰어요. 읽기와 듣기만 자연스럽게 노출했거든요.
제가 느낀 건 한글이 먼저 자리를 잡으니까 영어를 받아들이는 게 더 편해 보였어요. 모국어를 먼저 배우고 영어를 하면 모국어의 언어적 지식과 센스를 이용하여 영어의 의미, 문장구성에서 빨리 학습이 가능하다는 소아과 자료를 봤는데, 우리집도 그랬어요.
다만 주의할 점도 있었어요. 조기 영어교육은 아기의 지능과 관련된 중요한 점을 간과한 것으로 이로움보다는 해로움을 줄 위험이 더 많으며, 실제로 언어지체를 초래해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경고도 봤거든요. 그래서 저는 영어 DVD나 하루 종일 영어 노출은 피했어요. 주말 20분, 그림책 자연 노출 정도만 유지했어요.
4월 말, 6개월 실험 결과
2026년 4월 말 기준으로 로랑이는 한글 2-3음절 단어 30개 정도를 읽을 수 있어요. 영어는 단어 15개 정도 발음하고, 그림책 3권을 거의 외울 정도로 들었고요. 쓰기는 한글 ㄱ, ㄴ, ㄷ 정도만 따라 쓸 수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동시 노출이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다만 한글이 먼저 자리 잡도록 비율을 조절하는 게 핵심이었어요. 우리집은 한글 70%, 영어 30% 정도로 시간을 배분했거든요. (본문이 여기서 잘림). 한글은 매일 자석 블록·낱말 카드로 놀이처럼, 영어는 주말 그림책 읽어주기 정도만 했어요.
36개월 어휘 구사력은 한 문장에 4개의 단어가 들어가는 복잡한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되며, 아이가 단어를 더 또렷이 발음할 수 있게 된다는 발달 기준을 봤을 때, 로랑이는 평균 범위 안에 있었어요. 두 언어 동시 노출이 발달을 늦추진 않았어요.
우리집이 지킨 원칙 3가지
6개월 동안 우리가 지킨 원칙은 이거예요.
1. 한글 먼저, 영어는 보조
한글 자석 블록·낱말 카드는 매일 거실에 두고 자연 노출. 영어는 주말 그림책 20분 정도만.
2. 억지로 가르치지 않기
로랑이가 관심 보일 때만 같이 놀았어요. “오늘은 한글 공부 시간이야” 같은 강제는 안 했어요.
3. 디지털 노출 최소화
영어 DVD 하루 종일 틀기, 영어 앱 장시간 사용은 피했어요. 그림책·노래 중심으로만 했어요.
혹시 “5살인데 아직 한글 안 떼도 괜찮은지” 궁금하신 분들 계실 텐데, 교육학자나 언어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가 한글에 관심을 가졌을 때 한글 교육을 시작하라는 내용이에요. 우리 아이 속도에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로랑이가 가장 좋아한 놀이
6개월 동안 로랑이가 제일 좋아한 건 “낱말 찾기 놀이”였어요. 제가 “가방 어디 있지?” 하면 자석 블록에서 ㄱ, ㅏ, ㅂ, ㅏ, ㅇ을 찾아서 냉장고에 붙이는 거예요. 영어는 그림책 읽어주다가 “Bear 어디 있지?” 하면 그림을 가리키고요.
놀이처럼 하니까 로랑이가 “엄마, 또 하자”라고 먼저 졸랐어요. 그게 제일 좋았어요.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받아들이니까 거부감이 없었거든요.
다음 6개월은 어떻게 할까
이제 로랑이 유치원도 다니고, 또래 친구들이 읽고 쓰는 걸 보면서 자극을 받을 것 같아요. 앞으로 6개월은 한글 쓰기를 조금씩 시작하고, 영어는 지금처럼 그림책 중심으로 유지할 계획이에요. 억지로 앞서가지 않고, 로랑이 속도에 맞춰서요.
혹시 “영어 먼저 시작하면 안 될까?”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가족 구성원 중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아기 때부터 지속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다면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모국어에 먼저 익숙해진 다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는 소아과 지침도 있어요. 우리집은 후자였어요.
다음번엔 로랑이 한글 쓰기 시작한 이야기 들고 올게요. 6개월 실험하면서 느낀 건, 정답은 없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가 편하게 받아들이는 속도가 정답인 것 같아요.
본문은 개인 경험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제품·정책·가격 정보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 자주 묻는 질문
❓ 5살에 한글과 영어 동시에 시작하면 아이가 헷갈리지 않나요?
로랑이 경우엔 헷갈려 하지 않았어요. 한글로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나니까 영어 소리를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더 수월해 보였거든요. 다만 한글 70%, 영어 30% 정도로 비율을 조절해서 모국어가 먼저 자리 잡도록 했어요.
❓ 영어 그림책 읽어줄 때 한글로 먼저 설명해주는 게 효과가 있나요?
네, 우리집엔 효과적이었어요. 처음엔 영어만 읽어줬더니 ‘엄마 이상해’라고 거부감을 보였는데, 한글로 스토리를 먼저 설명하고 영어로 읽어주니까 받아들이기 훨씬 편해했거든요. 내용을 이해한 상태에서 영어 소리를 들으니까 자연스럽게 따라 하더라고요.
❓ 하루에 얼마나 영어 노출을 시켰나요? DVD 같은 건 안 보여줬나요?
주말에 그림책 읽어주는 시간 20분 정도만 했어요. 영어 DVD나 하루 종일 영어 영상 틀어놓는 건 언어 발달에 오히려 해롭다는 소아과 자료를 봐서 일부러 피했거든요. 자연스러운 노출 정도만 유지하는 게 목표였어요.
❓ 한글 자석 블록 말고 다른 교구도 사용했나요?
낱말 카드도 함께 썼어요. 자석 블록은 냉장고에 붙여놓고 지나가면서 놀이처럼 만지게 했고, 낱말 카드는 그림과 글자가 같이 있어서 일상 단어 익히는 데 도움됐거든요. 둘 다 강제로 앉혀서 가르치는 게 아니라 거실에 두고 아이가 관심 보일 때만 같이 놀았어요.
